사울이 죽은 후에 (삼하 1:1-16)

다윗은 사울의 죽음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나? 그의 삶의 태도를 통해서 어떤 기도를 하며 인생을 살아야 할지를 배운다. 

1. 내 힘으로 살지 않게 하소서

한 청년이 전쟁터에서 다윗에게로 왔다. 옷은 찢어졌고, 머리에는 흙이 있었다. 그는 길보아 산에서 사울을 죽였다고 거짓말을 하며 왕관과 팔찌를 보여준다. 이 청년의 속셈은 무엇인가. 그는 다윗의 포상을 기대했다. 자신이 킹 브레이커 역할을 잘 수행했고, 이제 킹 메이커가 되겠다고 자처한다. “당신의 정적이었던 사울을 다름 아닌 바로 내가 죽였습니다. 이 놀라운 소식을 다름 아닌 내가 맨 먼저 당신에게 전합니다. 자, 이제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왕좌가 비었습니다. 이제 당신이 거기에 앉으면 됩니다. 내가 가지고 온 이 왕관과 팔찌는 이제 당신 것입니다. 축하합니다.” 청년은 아말렉 출신이다. 그는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상을 상징한다. 성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 속에서 비열함이 묻어난다. 사울이 하나님께 기름 부음 받은 왕이든 아니든 상관 없다. 나의 형통을 위해서라면. 누군가의 죽음을 자신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세상 사람 모두가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리 살면 안 된다.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힘을 다해 기도해야 한다. “주님, 내 힘으로 살지 않게 하소서.” 

2. 주님의 힘으로 살게 하소서

아말렉 청년은 다윗을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라 생각했다. 왕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 착각했다. 사실, 세상 모든 왕들이 정적을 죽이고, 경쟁자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다. 하지만, 다윗은 자신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힘으로 사는 사람이었다. 그는 사울을 죽일 수 있었던 기회를 두 번이나 포기했던 사람이었다.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신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다윗은 그래서 청년을 심판하며 속으로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왜 네가 네 힘으로 사울을 죽이느냐. 왜 사람의 힘으로 성공하려 하느냐. 내가 왕이 되는 것은 하나님께 달린 것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면, 때가 되면 기름 부으셨으니 왕이 될 것이다. 나는 그저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님의 때를 인위적으로 앞당기려 하지 말라. 나는 내 힘으로 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하나님의 힘으로 살 것이다.” 그래서, 다윗은 이렇게 고백한다.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시편 18:1).” 우리 역시 그렇게 기도해야 할 것이다. “내 힘이 아니라, 주님의 힘으로 살게 하소서.” 

3. 주님의 사랑으로 살게 하소서

사울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다윗 옆에 있던 부하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윗의 태도를 주시했을 것이다. 원수의 죽음에 다윗이 기뻐하면 자신들도 따라서 박수 치며 환호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윗은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자기 옷을 찢는다. 해가 질 때까지 울며 금식한다. 예상과 다른 반응이다. 웃음소리가 아니라, 울음소리라니! 다윗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사울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불순종과 교만과 폭정의 아이콘이었던 무능한 왕이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하나님이 기름 부으신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부족하고 연약해도 그는 여전히 하나님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윗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그를 사랑했다. 우리가 허물많고 부족한 형제, 자매를 여전히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잘났기 때문에 좋아하고, 그가 못났기 때문에 미워해선 안 된다. 주님이 받으신 사람이라면 우리도 받아야 한다. 주님이 사랑하신다면 우리도 사랑해야 한다. 사울같은 원수까지도. 물론, 우리 힘으로는 못한다. 그래서,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주님의 사랑으로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