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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요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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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케렌시아

01-08

케렌시아(Querencia)는 스페인어로 투우장의 싸움소가 잠시 숨을 고르는 영역을 말합니다. 투우사를 향해 달려가기 직전 마지막 힘을 쓰기 위해 에너지를 모으는 공간, 싸움소에게 케렌시아는 회복과 충전의 필수적인 장소입니다. 


몇 해 전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대한민국 독특한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케렌시아를 뽑았습니다. 바쁜 일상으로 지친 사람들은 잠시 숨을 고르며 쉴 수 있는 재충전의 공간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인들에게는 나만의 휴식처, 아지트, 비밀의 공간을 뜻하는 케렌시아가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야근이 잦아 잠이 부족한 직장인에게는 회사 근처 낮잠카페나 수면카페가 인기입니다. 조용한 내부에 눈꺼풀이 절로 무거워지는 은은한 조명, 그리고 푹신한 안마의자가 케렌시아를 제공합니다. 


회사원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사무실 책상입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자신의 사무실 책상 공간을 케렌시아로 만듭니다. 책상을 자기가 좋아하는 환경으로 꾸미는 것을 데스크테리어(책상을 뜻하는 데스크와 인테리어의 합성어)라고 부르는데 조사에 의하면 20대 직장인 10명 중 7-8명은 스스로 데스크테리어족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호텔에서 즐기는 휴식, 즉 ‘호캉스’가 많은 사람의 케렌시아로 자리 잡았습니다. 멀리 여행을 떠나기 보다 하루나 이틀, 럭셔리한 호텔 공간에서 나만의 아늑한 시간을 보내기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미 유명 프렌차이즈 호텔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한 ‘케렌시아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요즘 자동차는 세단보다 SUV가 더 인기입니다. 차는 더이상 이동수단만이 아니라 차박, 캠핑을 위한 케렌시아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집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그만큼 나만의 공간을 소유하기가 쉽지 않으니 사람들은 차를 통해 그 욕구를 충족하려 합니다. 그래서 차 안팎을 꾸미고 개조합니다. 이런 여유도 안 되는 젊은이들은 카페를 찾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의 스타벅스 사랑은 이런 자기만의 공간에 대한 목마름 때문입니다. 분위기 좋고 운치있는 장소에서 방해받지 않고 케렌시아를 누릴 수만 있다면 커피 한 잔 값이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출시되는 헤드폰과 이어폰은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정신 없는 출퇴근 시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시끄러운 소리를 단절한 채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고자 하는 케렌시아 욕구의 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케렌시아 열풍 속에서 저는 영적 케렌시아를 생각해 봤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모두와 연결되어 있어 늘 분주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야근과 육아에 지쳐 있는 우리네 삶 속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세상에 지쳐 세상과 단절하고 싶은 욕구는 한편으로 하나님과 연결되고 싶은 열망의 다른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궁극적인 케렌시아는 하나님의 품 안입니다. 참된 영적 휴식처는 교회요, 재충전의 아지트는 기도의 자리며, 비밀의 공간은 큐티하는 장소입니다. 2024년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시작은 바로 영적 케렌시아의 회복에서 비롯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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